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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나무

[슈짐] 설표 남친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랩슈] R의 이야기 (2)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런 꿈을 들고 집에는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길 위나 극단을 떠돌며 제가 찾는 목표의 끝도, 시작마저도 보이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삶에 적응한지 1년이 가까이 되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형이 좋아하던게 뭐였더라, 그렇게 생각하며 디저트 가게를 서성이다 전화로 합격연락을 받았다. 아, 형이 좋아하겠다. 나는 그 순간 나의 기쁨보다 내 연인이 가질 행복감이 더 좋았다. 형이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양 손에 들고서 집에 돌아와 나보다 한참이나 작은 형을 품에 안았다. 아, 행복하다. 진짜로. 형을 품에 안고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행복하게 해줄게. 그만 힘들어도 돼. 고마워, 윤기야. - 첫 데뷔작이 성황리에 끝이 났다. 거의 한 달 만에 만난 S는 꽤 말라 있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아려..
[랩슈] S의 이야기 (1) - 형, 나 오디션 붙었어! S는 TV 앞에 앉아 제 애인이 나오는 시상식을 보며 오래 전 자신도, 자신의 애인도 어렸던 그 때를 생각했다. 오디션에 붙었다고, 형 호강 시켜주겠다고, 이젠 걱정하지 말라면서 어딘가에 부딪치는 둔탁한 비명 소릴 내던 전화통화. 이젠 사소한 안부 전화마저 어려워진 지금, S의 연인은 올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무대 위로 그가 올라옴과 동시에 청중들의 함성이 울리며 S의 하얀 볼 위로 눈물이 흘렀다. 행복과 슬픔이 교차한 그 순간은, 너무 늦은 첫 눈이 내려버린 12월의 마지막이었다. * 쨍그랑ㅡ! 네 손에 들린 머그컵이 깨졌다. 긴장을 많이 했던 너의 첫 오디션 날이었다. 현관문 앞에서 신발을 신고 발만 동동 구르던 너를 안았다. 안절부절 하던 널 감싸 안고 등을 토닥이자..
[슈짐] 홍월이 지는 밤 (5) 정국의 한 마디에 로비 전체가 술렁였다. 경찰들도 당황 했는지 서롤 쳐다보며 우왕좌왕이었다. “ 이미 우리가 다녀갔거든. 이미 민윤기는 죽었어.” “ 그럼 그 시신이라도.......” “ 아 그것도 없어. 내 보스께서 가져가셔서, 아마 이미 잿덩이가 되든, 물고기 밥이 됐을 걸. 포기들 해.” 변절자들은 그 민윤기가 죽었다고? 하며 웅성거렸고, 경찰은 정국의 사나운 말씨에도 태세를 굽히지 않고서 아무리 그래도 백호파 처단은 나라에서 시킨 일이다. 게다가 백호파는 윗선에서도 이를 갈고 있던 존재이기 때문에 민윤기 자체의 시신은 아니더라도 백호파 내부 조직원들 정도는 체포해가야 한다고, 그럼 이 곳에서 본 흑호파의 존재도, 죽은 민윤기도, 그 무엇도 건들지 않겠다고 말 했다. 뒷 세게 보다 더 더럽고 더욱 ..
[슈짐] 홍월이 지는 밤 (4) “ 김석진, 본진 들어가면 애들 좀 많이 불러서 여기 정리해. 그 새끼들 심리로 숨겨놓은 돈 아예 없을 거란 보장 없어.” “ 아, 하긴....... 근데 척 봐도 돈 오질라게 벌어서 새 인생 찾으려고 떠난 건데, 뭘 남겨두긴 했겠어?” “ 남겨 뒀잖아. 지들 배 아파 낳은 자식새끼. 아, 그래. 애들 풀어서 전국 도박장도 다 뒤져. 어디서 돈 땄는지도 알아내고, 어디로 날랐는지도 캐내. 그 씨발 것들은 내가 직접 다져드릴 거야.” “ 음, 그래. 그럼 저 애새끼는 어디 쓰게?” “ 쓸데야 많지 않겠어? 남창으로 팔아도 되고 뭐, 아직 어린 애잖아.” 윤지가 그 집을 나와 마치 제 집 문을 잠그기라도 하는 듯 비밀번호를 걸어 잠그고 빌라를 나섰다. 내려와 차에 타자, 뒷 자석 창문에 붙어 여전히 눈물이 ..
[슈짐] 홍월이 지는 밤 (3) * [ 민윤기 깼어. 악 지르는 게 볼만 하네.] 오전 11:32 - 정호석 윤지는 진동하는 휴대폰을 꺼내 호석에게 온 연락을 확인 했다. 그녀는 가기 전 말 한 대로 하라는 답장을 보내곤 입 꼬릴 당겨 웃으며 그 모습을 직접 보지 못 해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지저분한 꼴을 하고 악을 지를 윤기의 모습을 상상하며 과거, 자신이 떠나기 직전에 총을 든 손을 등 뒤에 숨기고서 슬픈 눈으로 저를 바라보던 하찮은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도착했어. 하는 석진의 목소리에 감았던 눈을 뜨며 손에 들었던 휴대폰을 다시 집어넣고 달동네 아래 다 무너져 가는 빌라에 발을 들였다. 그 집의 비밀번호야 이미 윤지 손에 들려있었으니 그 집의 모든 보안은ㅡ 그 썩은 집에 보안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냐만, ㅡ쓸모없었다. 그녀는 구..
[슈짐] 홍월이 지는 밤 (2) 정국은 자신보다 한 뼘씩이나 작은 위치에 놓인 그 뒤통수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죽이지 않고 데려가는 당신과 닮은 저 남자는 누군지, 당신이 기뻐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 누구도 윗선으로 받아들인 적 없는 당신이 왜 그를 오빠라 칭했는지. 궁금한 것이 머릿속에 가득한 정국이었으나, 일전에 연민으로 어린 아이를 살려준 윤지에게 처음으로 의문을 던졌을 때 늘 그랬듯 보여준 무표정으로 손수 제 뺨을 내리치던 그녀를 기억하는 그로써는 모든 의문을 삼키고 그 무엇도 알려고 들지 않는 것이 더 오래 살 수 있는 길이었다. 까다롭고 철저하면서 두려운 그의 하나뿐인 윗선은 자신의 것이 유식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그것이 정보를 얻은 조직의 내부자들이 죽어나간 이유니까, 그것이 유식한 이들을 지하실에 가두고..
[슈짐] 홍월이 지는 밤 (1) 시커먼 복도를 거니는 윤지의 발걸음이 경쾌했다. 옆에 서 경호를 하며 윤지를 따르던 정국은 아마도 처음 보는 것 같은 윤지의 신난 모습과 광기가 서린 미소에 조금의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제일가는 조직을 쳐 제 힘을 키울 때도 단 한 번을 웃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갈증 난다는 표정을 지었던 사람이었고, 그 모습을 계속 지켜봐 온 정국으로써는 무엇이 이 사람을 처음으로 만족의 미소를 띠게 만들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두 사람과 그들을 뒤 따르는 사람들은 복도 끝, 큰 문에 다다랐고 뒤에서 급히 걸어온 두 남자가 그 문을 열었다. 그 곳에서 정국이 본 것은 자신의 피인지 옆에 널브러진 인간들의 피인지 모를 것을 뒤집어쓴, 제가 따르는 그리고 윤지와 똑같은 얼굴의 남성이었다. 윤지는 그 앞에서 크게 웃고는..